나의 첫 직장은 애견 의류 회사였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였고 전공과 강아지를 동시에 적용하여 할 수 있는 직업이 애견 의류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첫 직장은 생각보다 처우가 열악하였고 그로 인해 다른 직장을 구해서 이직하였다. 한 달 남짓 근무했던 터라 애견 의류 업체는 나만 알고 있는 첫 직장인 셈이다.
그 후 지난달까지 다녔던 직장은 11년간 근무를 하였다. 내년 1월까지 다녔다면 딱 11년을 채웠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내가 다녔던 직장은 지금 생각해도 복지나 급여 조건은 꽤 훌륭했었던 것 같다. 단지 업무가 나와 맞지 않았다. 아마도 전공을 살리지 않은 직장이었기 때문에 퇴사라는 생각이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었던 것 같다. 입사 후 처음 1년은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다녔다. 그 후 2~3년간은 팀장이 팀원들 간의 이간질을 주도해 보이지 않는 사내 폭력으로 마음고생을 하며 다녔다.(이때도 퇴사를 고민했었지만 내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내가 퇴사를 하기는 싫었다.) 그 후에는 목표와 생각 없이 습관처럼 회사를 다녔다. 그동안에도 내 속에서는 다른 일,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 즐겁게 살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에서 경력이 쌓이고 월급도 올라간 나 자신에 안주하고 계속 다녔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업무 스트레스는 나를 불편하게 했다. 모든 사람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한 실수로 인해 회사에 불러올 파장 같은 것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다. 회사의 다른 사람들처럼 내 걱정만 하고 다니면 되었을 텐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벌이지 않은 문제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수습을 해야 하는 것도 너무 싫었다. 나는 나보다 회사를 더 생각하는 덜 이기적인 직원이었으니깐 말이다. 이건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할 수 있다. 내가 일을 잘했든 못했든 나보다는 회사와 일을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생각하는 직원은 회사에 폐가 된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 스트레스가 쌓일 쯤에 회사에 대해 굉장한 회의감을 느낄만한 일을 겪었다. 여기에 말은 할 수 없지만 내가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배신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팀이 바뀌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문제, 팀의 불안정성, 회사에 대한 회의감이 퇴사를 부추겼다. 아직 준비가 다 되진 않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고 조금 더 즐겨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 길이 평탄치 않아도 조금의 이탈이 있더라도 한번 가보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퇴사에 대한 결심을 통보했을 때 많은 분들이 퇴사를 말려주셨다. 팀원의 공백이 부담스러워서, 내가 일을 잘해서, 불필요한 보고나 마찰을 겪기 싫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말려주시니 내심 마음은 좋았다. 업무 인계인수가 생각보다 조금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이때 껏 일한 업무량, 강도 등에 새삼 놀랐다. 그래도 끝까지 별 탈 없이 잘 마무리 짓고 나올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청춘이 묻어있는 첫 직장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한 튼튼한 밑받침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