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둘이서 뭐하고 놀까? 하다가
간만에 영화나 볼까? 해서
요즘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그렇게 줄창 나오던
'82년생 김지영'을 보기로 했다.
진짜 수년간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제야 느낀 거지만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보면 마치
영화 내용을 어느정도 가늠되게 보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줄거리의 15% 정도만 보여준다는 것.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내용이었다고? 내가 생각한 거랑 전----혀 다른데?
하고 혀를 내두른 경우가 많았다.
내가 너무 순진한가?
암튼 친구랑 같이 평일 조조로 82년생 김지영을 보러갔다.
(요즘 백수가 너무 좋다 >_<)
영화시간은 정확히 2시간이었다.
영화는 현재와 현재의 사건으로 인한 과거 회상을 반복하며
진행된다. 그리고 전혀 알 수 없었던 영화적 요소가 등장한다.
극 중 주인공이 갖고 있는 '그것'이 나는 영화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주고 극의 흐름을 갖고 끌고
가기 위해 필요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지도 않았고,
이 영화가 처음이며 왜 개봉 전에 페미니즘이 화두가 되어
별점 테러 등 갖가지 이슈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영화적 요소 때문에 영화에서 주는 메세지가 극대화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전반적인 배경이나 사건은 현재 사회에서
일반적인 여성 본인이 한번 이상은 겪었거나 그 주변인들이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 속 김지영과 영화 제목은 82년생이지만
영화에서 던지는 메세지는 그것보다 더 위인 72년생, 62년생을
두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들 엄마가 많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이나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생각해보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운다고 나를 포기하지도 방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적 요소'와 같은 상황은 더더욱 없고, 남매간 차별대우도
더더욱 없다.
그래서 영화 속 김지영은
우리들의 엄마이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꿈을 꾸던 소녀였고
목표가 있는 여성이었던
우리들의 엄마.
무언가가 되고 싶고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우리들의 소녀는
그렇게 우리들의 엄마가 되었다.
시대가..
사회가..
우리들의 엄마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전락이라고 표현하기엔 엄마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얼마전 종영한 동백꽃 필 무렵 36화의
동백이 대사와 필구의 나레이션이 오버랩되었다.
(이때 굉장히 많이 울었었는데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울었던 감정과 굄장히 흡사해서 넣어보았다.)
엄마들은 왜 자식을 위해 항상 포기하는가!
화가 나면서도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면서도 복잡미묘했다.
이렇듯 나에게
82년생 김지영은 나의 엄마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엄마에게 미안했고 고마웠다.
원래는 엄마와 함께 볼 생각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보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왠지 엄마에게 자괴감을 드릴 것 같아서.
자식과 가정을 꾸리는 것도 굉장히 행복하고 값지고
소중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엄마가 아닌 당신 본인은
없었을테니까.
치열하고 고단하게 살았던 엄마에게
오늘도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 수 있게
노력하려고 한다.
덧붙여
사회도, 사람들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에는 통상적으로 암묵적으로 수용되었던 것들이
사회 분위기와 인식의 변화로 더 이상은 봐주지 않는 것들이
되었다. 아주 절망적이지 않으며 아주 희망적이진 않지만
작은 태동들이 축적되어 큰 움직임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생각나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