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지도 어느 덧 3개월이 다 되어간다.
3개월 중 반은 다리 수술을 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고
반은 깨작깨작 움직이면서 이사한 집 정리하고
백수 생활도 조금 즐겨봤다.
누구는 하루아침에 회사를 안나가니 너무 이상하다고들
하는데.. 나는 백수 생활이 너무 좋은데?
완전 나랑 찰떡인데? ㅋㅋ
혼자서도 할 게 너무 많더라
이사집 정리 때문인지 몰라도 이것저것 하다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가서 하루가 이렇게 짧은가 싶기도 하고..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황홀했다.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과 관련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10년 동안 일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자유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아침도 먹고 멍도 때렸다가
점심 먹고 싶을 때 만들어서 차려먹고 또 오후에는
미뤄뒀던 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밤이 되서 잠들고..
물론 삼시세끼 끼니 걱정이 되긴 한다.
엄마들이 아침 먹고 나면 점심, 저녁 걱정하는 것처럼.
밥 하는 게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귀찮기도 하더라.
그리고
자유를 느끼면서 살짝 권태로워질즈음
슬슬 퇴사하고 시작하려고 했던 개인 일 생각이 모락모락 났다.
철두철미하게 무엇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두루뭉실하게 이런 류의 일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퇴사를 했던거라 그 두루뭉실하던 것을 또렷하게 그리려고하니
잘 그려지지 않아 조바심이 조금 나긴 했다.
나는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한편으로는 귀찮아하기도 하고..
악세사리나 꾸미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소비적인 것은 싫어해서 잘 하지 않는..
이상한 성격.. ㅇ×ㅇ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막 하지 않는 성격인 듯 하다.
새로운 일을 하려니 이런 모호한 성격이 좀 애매하더라.
소비자를 상대로 일을 시작하려니 이 애매모호함과 밍숭맹숭이
방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또르르..)
조금씩 차분히 준비해서 내년 초에는 시작하고 싶다.
나처럼 퇴사한 친구들도
너무 조바심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물 흐르듯 현재에 즐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즐기면서
조금씩 천천히 걸음마를 떼면 될 것 같다.
간만에 넋두리를 하니 속이 시원하다! 하하!
모두들 굿나잇 :-)